트라우마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며 마음속 깊은 상흔을 남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 그 기억이 우리 마음속에 남기는 깊고 오래 지속되는 고통을 의미하죠. 신체적 폭력, 자연재해, 사고, 상실과 같은 명백한 사건뿐만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균열들이 모여 우리의 마음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깊은 상처와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지속적으로 무시당했던 경험, 학창 시절 또래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 혹은 직장에서의 불합리한 대우 등 혹은 겉으로 보기에 ‘큰 사건’이 아닐지라도, 개인에게는 심각하고 큰 심리적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어린 시절 부모님의 강압적인 태도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회의 시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하고, 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있듯이 트라우마가 꼭 명백한 사고나 재난이 아니더라도, 삶 전반에 걸쳐 자기표현의 어려움과 불안감을 심어준 관계적 트라우마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에 깊이 뿌리내려, 무의식적인 생각, 감정, 행동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뇌의 신경계가 과거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어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트라우마 극복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적절한 이해와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심리적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현재에 집중하기: 트라우마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
현재에 집중하기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판단 없는 인식’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직 지금 여기, 이 순간 본인의 생각, 감정, 신체적 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는 트라우마로 인해 엉켜버린 우리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섬세한 과정이 됩니다.
특히 트라우마를 겪는 많은 분들은 종종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갇히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마치 낡은 영화가 반복 재생되듯,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현재를 살지 못하게 방해하게 됩니다. 이때 현재를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우리를 강제로 과거에서 끌어내거나 미래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게 함으로써 고통스러운 기억과의 건강한 거리두기를 돕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트라우마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는 현상인 플래시백이 발생했을 때,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은 아래와 같이 작동합니다.
- 즉각적인 알아차림: “아, 지금 플래시백 현상이 일어나고 있구나.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네.” (감정 또는 판단 없이 현상 자체를 인지)
- 신체 감각에 집중: “내 발이 바닥에 닿아 있구나.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몸의 무게가 느껴지네. 지금 나는 숨을 마쉬고 내쉬는구나.” (현재의 신체 감각에 집중)
- 감정에 이름 붙이기: “이건 불안감인가봐. 강렬한 공포감이 밀려오네.”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명명하기)
이러한 알아차림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의 안전한 공간에 존재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관찰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힘을 되찾는 과정이 됩니다.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현재 집중 훈련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을 위해서는 거창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도 작은 시도들을 통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트라우마의 깊이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지도 아래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또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일상에서 스스로 시도해볼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 가지 숨’ 연습: 저는 불안감이 밀려올 때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첫 번째 숨에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두 번째 숨에는 “내 몸을 느껴보고”, 세 번째 숨에는 “어떤 감정이든 받아들이자”라고 속으로 되뇌며 호흡합니다. 이 짧은 세 번의 호흡이 불안의 파도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입니다.
- 일상 속 ‘오감’에 집중: 커피를 마실 때 그 향과 따뜻한 온도를 온전히 느끼거나, 샤워할 때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감각에 집중하는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 행위 속에서 오감을 활용해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해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현재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 ‘감사일기’쓰기: 트라우마는 종종 자기 비난으로 이어집니다. 매일 잠들기 전, 오늘 감사했던 작은 일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내가 평안하기를, 내가 고통에서 자유롭기를”이라는 짧은 자비의 메시지를 보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것은 트라우마 회복의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트라우마는 보이지 않는 상처이기에 더욱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이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온전히 알아주고, 현재를 인식하며 현재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부터 작은 현재 집중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당신 안에 이미 존재하는 회복의 힘을 믿어주세요.
※ 이 글은 심리학적 정보를 제공하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진이나 심리 상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강력히 권고합니다.